2064년 2월 23일 일본 기상청의 지진 관측소가 이색적인 보도를 했다 일본열도의 모든 곳에 땅 속의 개미란 개미는 다 지상으로 나와 나무 위로 기어오른다고 했다
2064년 2월 25일 가축들은 우리를 박차고 튀쳐나오고 뭍의 짐승들은 다 산 위로 몰려갔다 수십만 마리의 들쥐떼들은 서쪽 바다를 향해 뛰어들기도 했다
2064년 2월 28일 나뭇가지 위에 둥우리를 튼 날짐승들도 철새처럼 떼를 지어 북쪽 하늘로 날아갔다
2064년 3월 2일 일본의 모든 공항이란 공항은 떠나는 사람들의 아우성으로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2064년 3월 3일 새벽 마른 하늘에 천둥이 울고 출렁이는 배처럼 땅이 흔들렸다 떠오르던 샛별이 다시 주저앉고 후지산이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바다는 갈라져 불을 뿜고 수백 미터 솟구친 해일이 모든 섬들을 삼켰다
2064년 3월 4일 조선반도의 땅들도 금이 가고 높은 산들이 무너져 강을 메웠다 정오쯤 동해 바다의 거친 해일을 뚫고 거대한 짐승이 등을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붉은 산호초로 덮인 검은 짐승은 서서히 바닷물을 삼키면서 울릉도를 머리 위로 밀어 올리며 태백산맥에 거대한 다리를 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