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시

[채근시] 도를 찾는 삶 91-95 / 임보

운수재 2007. 1. 25. 09:43

[채근시] 도를 찾는 삶 91-95  /  임보

91
인생은 꼭두각시놀음
하나
제 줄은 제가 잡아야 문득 마당을 벗어날 수 있다.


    * 인생은 꼭두각시놀음처럼 덧없고 허황된 것이다.
    꼭두각시는 줄을 잡고 있는 손에 의해 움직인다.
    내 인생의 꼭두각시 줄은 내가 쥐고 움직여야지 남의 손에 맡겨서는 안 된다.
    내가 주인이어야 덧없는 극의 마당에서 벗어날 수 있다.



92
한 가지 이로운 일이 생기면 한 가지 해로운 일이 따르나니
천하에 일 없음을 큰 복으로 삼는다.


    * 내가 이로우면 남이 해로울 수 있고,
    가진 자가 있으면 또한 잃은 자가 있게 마련이다.
    어떤 일을 이루려고 도모하지 말라.
    세상을 이롭게 하지도 못하면서 많은 이들의 원망을 사게 될지도 모른다.
    천하에 일 없음을 큰 복으로 생각할 일이다.



93
음탕한 아낙이 여승이 되기도 하고
과격한 속인이 승려가 되기도 한다.


    * 음탕하게 살던 여인이 개과천선하여 비구니의 길을 걷기도 하고,
    세속적인 욕망 속에 젖어 살던 사람이 마음을 바꾸어 수도자의 길을 가기도 한다.
    성(聖)과 속(俗)의 거리가 먼 것이 아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백지 한 장의 차이일 수도 있다.



94
큰 배 안에서는 파도의 사나움을 모르고
무리들 속에서는 날뜀의 거칠음을 모른다.
군자는 모름지기 몸은 일 가운데 있어도
마음은 늘 일 밖에 있어야 한다.


    * 큰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은 파도가 거칠게 일어나는 배 밖의 정황을 잘 모르고,
    날뛰는 무리들과 함께 어울려 있으면 자신들의 행동이 거친 것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군자는 몸으로는 어떤 일을 하면서도
    마음은 자신이 하는 일을 객관적으로 바라다볼 수 있는 혜안을 잃지 않는다.



95
사귐을 덜면 근심이 줄어들고
말을 덜면 허물이 줄어든다.
날로 더함을 구하는 무리들이여
인생을 더욱 무겁게 얽매는구나.


    * 복잡한 인간관계가 우리를 번거롭게 얽어맨다.
    따라서 사귐을 적게 가지면 그만큼 근심이 줄어들 것이다.
    화의 근원은 말에 있다.
    따라서 말을 적게 하면 그만큼 허물을 줄일 수 있으리라.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더 많은 사람들과 교분을 가지려 애를 쓰고,
    한 마디라도 더 많은 말을 하려고 안달이다.
    그러니 그 삶이 얼마나 무겁게 얽히고 허물에 차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