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에 관한 명상 / 임보
은행 창구에서 도장을 찍다 문득
도장에 걸린다
인장(印章), 낙관(落款), 직인(職印), 관인(官印), 옥새(玉璽), 국새(國璽)…
목인(木印), 석인(石印), 철인(鐵印), 옥인(玉印), 아인(牙印), 무인(拇印)…
검인(檢印), 소인(消印), 봉인(封印), 계인(契印), 낙인(烙印), 압인(壓印)…
종류도 참 많고
용도도 참 많다
목인이나 옥인이나 행세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옥새나 국새는 아무나 만질 수 없다
도장을 잘못 찍어 패가망신하기도 하고
도장을 잘 찍어 한 몫 잘 챙기는 수도 있다
사람들의 운명이
한 개의 조그만 도장에 달려 있다
처녀와 총각 사이에 도장을 찍었다고 하면
하나가 되었다는 뜻
아내와 남편 사이에 도장을 찍었다고 하면
갈라섰다는 뜻
도장도 참 알송달송이다
세상에는 눈도장이라 것도 있어서
세도가의 잔치마당이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한다
……………………
거기 누구 혹시
내 목도장 받고자 하는 이 아무도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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