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人論/ 임보
한 소년이
시인은 무엇하는 사람이냐고 묻기에
아름다운 노래 만들며 살아가는
제법 멋있는 사람이라고
일러 주었다.
한 청년이 또
시인은 무엇하는 사람이냐고 묻기에
과학자가 현미경이나 망원경으로도
볼 수 없는 그런 것까지 보고 가는
눈이 깊은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한 장년이
그런 질문을 또 하기에
가난하게 살지만
세상을 여유있게 하는
다정하고 게으른 사람이라고 했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며 지나갔다.
한 노인이 멈춰 서서
소매를 붙들고 또 그렇게 물었다,
‘정말 시인은 무엇하는 놈들이냐’고
‘죽음을 너무 일찍 깨우친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놈‘이라고
그의 막힌 귀에 대고 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