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은수달 사냥

시인론

운수재 2009. 4. 9. 17:48

 

 

 

詩人論/                                         임보

 

 

 

한 소년이

시인은 무엇하는 사람이냐고 묻기에

아름다운 노래 만들며 살아가는

제법 멋있는 사람이라고

일러 주었다.

 

한 청년이 또

시인은 무엇하는 사람이냐고 묻기에

과학자가 현미경이나 망원경으로도

볼 수 없는 그런 것까지 보고 가는

눈이 깊은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한 장년이

그런 질문을 또 하기에

가난하게 살지만

세상을 여유있게 하는

다정하고 게으른 사람이라고 했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며 지나갔다.

 

한 노인이 멈춰 서서

소매를 붙들고 또 그렇게 물었다,

‘정말 시인은 무엇하는 놈들이냐’고

 

‘죽음을 너무 일찍 깨우친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놈‘이라고

그의 막힌 귀에 대고 악을 썼다.

 

 

 

 

 

'임보시집들 > 은수달 사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인 통신  (0) 2009.04.13
시론  (0) 2009.04.11
시나 쓰며  (0) 2009.04.08
농부와 시인의 편지  (0) 2009.04.06
‘하나’의 노래  (0) 2009.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