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반지

운수재 2009. 9. 12. 05:53

 

 

 

 

반지/                 임 보

 

 

 

꽃반지 놀음하던 소녀들은

그들의 사랑이 잠시

 

먼 국경의 초소에 끌려가

가는 가늠쇠의 끝에 시선을 쏟고 있을 때

 

혹은 낯선 항구로 떠나 온종일

무거운 하물에 어깨가 짓눌려 있을 때

 

읍내의 보석상 쇼윈도를 기웃거리다

눈부신 반지의 포로가 된다

 

검은 얼굴로 고향에 돌아온 사내들은

잃어버린 사랑의 멍을 앓으며

 

사랑의 상대는 사람이 아니라

빛나는 반지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시와 정신, 2009. 가을호)

 

 

 

'신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즐거운 소망  (0) 2009.11.08
울음소리  (0) 2009.11.04
지네잡이  (0) 2009.09.11
그러다가  (0) 2009.09.10
딱따구리에게  (0) 2009.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