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임 보
꽃반지 놀음하던 소녀들은
그들의 사랑이 잠시
먼 국경의 초소에 끌려가
가는 가늠쇠의 끝에 시선을 쏟고 있을 때
혹은 낯선 항구로 떠나 온종일
무거운 하물에 어깨가 짓눌려 있을 때
읍내의 보석상 쇼윈도를 기웃거리다
눈부신 반지의 포로가 된다
검은 얼굴로 고향에 돌아온 사내들은
잃어버린 사랑의 멍을 앓으며
사랑의 상대는 사람이 아니라
빛나는 반지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시와 정신, 2009.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