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동동(山房動動) 임보
1. 아침의 노래
山에서 눈을 뜹니다.
山들이 아침을 뚫고 일어섭니다.
잠에서 깨어난 살진 산들을 안개 속에 싸 강물에 띄웁니다.
江은 몇 千里를 흐르다 흐르다 바람이 됩니다.
바람은 그대의 높은 다락 위, 잠든 비파(琵琶)를 흔들어.....
나는 그대의 아침이 됩니다.
2. 낮의 노래
세상은 한 물결입니다.
억만 개의 고운 빛깔과 소리와 향기로 출렁대는 바다 물결입니다.
그 바다가 모이는 곳에 그대가 서 있습니다.
섬처럼 서서 바다의 끝이 됩니다.
바다를 바꾸어 부르면 나의 이름이 됩니다.
나는 늘 처음입니다.
3. 밤의 노래
해바라기 밭에 가서 해바라기 가지를 꺾어 땁니다.
꽃씨로 기름을 지어 나의 빈 방(房)을 채웁니다.
창(窓)마다 千의 심지를 심어 꽃불을 피웁니다.
......달이 눈을 가리고 수줍게 뜹니다.
그대 뜰에 내린 달빛은 꽃이 됩니다.
그대의 창문을 여는 해바라기 꽃밭이 됩니다.
* 고려가요에 <동동(動動)>이라는 달거리노래가 있습니다. 일년 열두 달 님을 그리는 노래입니다.
<산방동동>은 산방에서 온종일 님을 그리는 노래로 만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