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노숙
임보
교회나 동창회에 다녀온 아내는
치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사람들 얘기를 자주 한다
글쎄 말이에요
전화기를 신발장에 넣어 둔 사람도 있대요
어제 아내와 함께 집에서 매실을 땄다
나는 담장 위에 올라서서 장대로 매실을 떨구고
아내는 밑에서 떨어진 매실을 주워 담았다
오늘 아침 아내가 말했다
나도 중증인가 봐요
두 사람의 휴대전화기가
어젯밤 매실나무 밑에서 노숙을 했다는 것이다
혹 걸려올 지도 모를 전화를 대비해서
매실나무 밑에 놓아 둔 것을 잊은 채
그만 들어와 하룻밤을 지낸 것이다
아내의 얘기를 들은 그때까지도
나는 모르고……
두 사람의 증세가
막상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