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휴대폰 노숙

운수재 2012. 10. 12. 07:55

 

 

 

휴대폰 노숙

                                               임보

 

 

교회나 동창회에 다녀온 아내는

치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사람들 얘기를 자주 한다

 

글쎄 말이에요

전화기를 신발장에 넣어 둔 사람도 있대요

 

어제 아내와 함께 집에서 매실을 땄다

나는 담장 위에 올라서서 장대로 매실을 떨구고

아내는 밑에서 떨어진 매실을 주워 담았다

 

오늘 아침 아내가 말했다

나도 중증인가 봐요

 

두 사람의 휴대전화기가

어젯밤 매실나무 밑에서 노숙을 했다는 것이다

 

혹 걸려올 지도 모를 전화를 대비해서

매실나무 밑에 놓아 둔 것을 잊은 채

그만 들어와 하룻밤을 지낸 것이다

 

아내의 얘기를 들은 그때까지도

나는 모르고……

 

두 사람의 증세가

막상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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