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아낙을 들으며

운수재 2013. 12. 30. 07:23

 

 

아낙(Anak)을 들으며

                                                          임보

 

프레디 아길라(1953~)는 필리핀의 가수

노래를 하겠다고 열일곱에 가출하여 떠돌다가

스물넷에 ‘아낙’이라는 자작곡으로

하루아침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필리핀 원어인 ‘아낙’은 ‘자식’이라든가?

긴 머리에 검은 모자를 눌러 쓰고

통기타에 우수어린 표정으로 흐느끼듯 노래한다

 

……아들아, 너는 모르겠지

아무리 먼 길도 달려갈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너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을 위해서는

신에게 맹세코…… 죽음도 마다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가 필리핀의 국민가수로 사랑 받은 것은

미국에서 명예와 부를 누릴 수 있음에도 거절하고

가난한 모국으로 돌아와

카페에서 노래하며 어려운 사람들과 더불어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때문이다

 

마닐라 빈민촌에 한 칸의 교실을 빌어 아낙학교를 만들고

공연수입금으로 가난한 아이들을 보살핀다

그의 노래보다도 그의 삶이 더 감동적이어서

나는 부끄러운 마음으로 <아낙>을 자두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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