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연
임보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임보 시인이세요?”
젊은 여인의 목소리다
“선생님의 <겨울연가>를 출근길에 읽었는데요…”
지하철 스크린 방호벽에 붙어 있는 내 시를 읽고
좋아서 전화를 했다는 것
(내 글을 사랑한 이가 연락을 해 오다니
이 얼마나 기분 째지는 일인가?)
그 뒤 그 여인은
<겨울연가>의 전도사가 되어
세상에 나를 퍼뜨렸다
어느 문학단체의 간부였던 그녀는
여러 문학행사에 초대도 하고
문학상을 타도록 배려도 하고
문예지에 화사한 특집을 꾸미는 등
든든한 나의 후원자가 되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는데도
나는 아직 그녀와
단둘이 만나본 적이 없으니 참…
그래서
지금 그녀를 보러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