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의 산문들/수필

나의 동인 활동

운수재 2020. 8. 29. 06:10

4. 나의 동인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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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나를 두고 ‘동인지 시인’이라고 평한다는 말을 들었다.

문학지를 통해 활동하기보다는 동인지 중심의 작품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리라.

그런 평을 들을 만큼 나는 많은 동인지 활동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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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등학교에 입학해 보니 선배들이 《태광(胎光)》이라는 동인지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었다.

이 동인지는 세대교체를 하면서 이어졌는데 1957년 내가 3학년 때 간행된 제6집의 동인들은 김범경 오병선 윤재성 이성부 이이화 그리고 필자 등 6명이었다.

이 중 오병선은 법조인으로 이이화는 역사학자로 빠져나가고 평생 문학을 붙들고 산 동인은 나와 후배 이성부 두 사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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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두 번째 동인 활동은 병영에서였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1962년 초여름에 입대를 했는데 경리학교를 거쳐 서울의 중앙경리단에 배속되었다.

그리고 경리단의 사병 몇(서승주 정세진 임길순 그리고 필자 등 4인)이 모여 〈초막회〉를 만들고 《막사족(幕舍族)》이라는 동인지를 엮어냈다.

등사판의 초라하고 얄팍한 문집이었지만 미소를 자아내게 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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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의 동인 활동은 1966년 6월에 《영도(零度)》제4집 동인으로 가담한 것이다.

《영도》는 광주고등학교 출신의 시인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것인데 제4집에는 여러 시인들(강태열 권용태 김규화 낭승만 박봉섭 박봉우 손광은 신동엽 윤삼하 이성부 임보 정현웅 주명영)이 동참했다.

그러나 동인지를 이끌어갈 핵심 인물이 없어서 그랬든지 생명이 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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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의 동인지는 《육시(六時》다. 1970년 5월에 김춘석 오세영 이건청 이시영 조정권 필자 등이 창립멤버가 되어 제1집을 간행했다,

10월에 간행된 제2집에는 신대철이 가담했는데 두 권의 사화집을 내고 《육시》는 해산되고 말았다.

멤버 중 오세영 이건청 두 회원들이 다른 동인지로 자리를 옮기고 말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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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동인은 《진단시(震檀詩)》다.

1982년 3월 창간호에 가담한 멤버들은 강희근 김규화 문효치 박경석 박진환 임영희 정의홍 필자 등이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구성원들은 약간의 변화가 있었지만 년 2회의 사화집을 열심히 간행했다.

이 동인활동의 특색은 전통적인 소재를 내걸고 테마시 운동을 전개한 것이었는데 문단의 반응도 괜찮았다.

나는 1997년 6월 제22집을 간행하고 빠져나왔다.

그만 두게 된 이유는 또 다른 동인지 《우이동 시인들》과 병행하기가 번거로웠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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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동인지 《우이동 시인들》의 창간호는 1987년 3월에 나왔다.

우이동 인근에 살고 있던 이생진 채희문 홍해리 신갑선 필자 이렇게 다섯 사람이 자주 만나다 보니 의기투합해서 사화집을 엮어내기로 한 것이다.

신갑선 시인은 6호까지만 참여하고 나머지 4인이 1999년 6월까지 년 2회 총 25집을 간행했다.

《우이동 시인들》이 시도한 이색적인 작품 활동은 합작시다.

한 사람이 시작한 첫 연을 다음 사람이 이어받아 제2연을 쓰고 또 그 다음 사람이 이어받아 써서 한 작품을 여러 사람이 완성하는 것이다.

4인 공동작인 이 합작시를 매호마다 1편씩 만들어 동인지의 첫 머리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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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동 시인들》이 1999년에 25집으로 활동을 멈추게 된 것은 《우이시회》때문이었다.

우이동 시인들을 중심으로 1987년부터 우이동 인근에 사는 시인들이 모여 매월 시낭송을 했었는데 이것이 《우이동 시낭송회》다.

그 낭송회에서 《우이시(牛耳詩)》라는 낭송집을 묶어 내게 되었는데 그것이 1999년 5월 월간지로 등록되면서 회의 명칭도 《우이시회》로 바꾸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굳이 ‘우이동 시인들’이 따로 동인지를 간행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다가 회원의 구성원이 전국 규모로 확대되자 2007년 4월 ‘우이시회’는 사단법인으로 등록하면서 명칭도 《우리시 진흥회》로 개칭하고 월간지의 제호도 《우리詩》로 바꾸게 된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우리詩》도 따지고 보면 회원 중심의 문예지이므로 동인지가 월간 형식으로 발전된 특수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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