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시] 자연 속의 삶 46-50 / 임보
46
속된 눈으로 보면 천지만물이 다 번거롭고
깨친 눈으로 보면 세상만사가 다 한결같다.
* 세속인의 눈에 비친 천지만물들은 다 각양각색 달라서
이들이 마음을 번거롭게 한다.
그러나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사람의 눈에는
천지만물들이 다 거기서 거기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말하자면 깨친 사람의 눈에는 미추(美醜)나 선악(善惡)도 넘어서므로
특별히 좋아하고 싫어할 것이 따로 없다.
47
정신이 왕성하면 좁은 골방에 누워서도 천지의 큰 기운을 얻을 것이요
입맛이 넉넉하면 쓴 나물 찬밥에도 인생의 담박한 참맛을 알리로다.
* 왕성한 정신력의 소유자는 비록 좁은 공간에 머물지라도
천지자연의 큰 기운을 얻을 수 있고,
맛을 제대로 아는 이는 비록 보잘것없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인생의 맑은 진미를 누릴 수 있다.
천지의 이치를 터득하고 인생의 참맛을 누리는 데는 가난이 장애가 되지 않는다.
48
골방 속에서도 시름만 떨쳐버리면 고대광실 부럽지 않고
몇 잔 술에도 한 가닥 진리만 얻게 되면 거문고에 피리 불며 즐기리라.
* 시름은 욕심에서 오는 것인데 그 욕심을 떨치기만 하면
옹색한 생활 속에서도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고,
세상의 이치를 터득하게 되면 몇 잔의 술로도
달빛 아래 거문고 타고 피리 부는 풍류를 즐기며 살 수 있다.
49
고요한 가운데 한 마디 새소리 더욱 그윽하고
앙상한 숲에 한 송이 꽃이 더욱 고와라.
* 너무 흔하면 소중한 줄을 모른다.
귀한 것이 기림을 받는다.
온 세상이 잠들어 있을 때 홀로 깨어있는 사람은
바로 이와 같이 소중하다.
50
심신(心身)을 다 놓아 버리면 미치광이처럼 되기 쉽고
심신(心身)을 다 거두어들이면 따분하고 막혀 생기가 없다.
* 백낙천(白樂天)은 “몸과 마음을 다 놓아, 되어 가는 대로 맡기는 것이 제일이라” 했고
조보지(晁補之)는 “몸과 마음을 다 거두어, 정적(靜寂)으로 돌아가는 것이 제일이라” 했다.
위의 글은 이 두 사람의 생각을 비판한 것이다.
즉 심신을 자유방임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 쉽고,
너무 심신을 다잡아 두면 막혀 생기를 잃게 될 염려가 없지 않다.
그러니 몸과 마음의 고삐를 잡고 있으면서
경우에 따라 이를 놓기도 하고 거두어들이기도 해야 할 일이다.
'채근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채근시] 자연 속의 삶 56-60 / 임보 (0) | 2006.03.18 |
---|---|
[채근시] 자연 속의 삶 51-55 / 임보 (0) | 2006.03.15 |
[채근시] 자연 속의 삶 41-45 / 임보 (0) | 2006.03.10 |
[채근시] 자연 속의 삶 36-40 / 임보 (0) | 2006.03.09 |
[채근시] 자연 속의 삶 31-35 / 임보 (0) | 2006.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