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시

[채근시] 자연 속의 삶 46-50 / 임보

운수재 2006. 3. 12. 10:40

[채근시] 자연 속의 삶 46-50 / 임보

 

46

속된 눈으로 보면 천지만물이 다 번거롭고

깨친 눈으로 보면 세상만사가 다 한결같다.



* 세속인의 눈에 비친 천지만물들은 다 각양각색 달라서

  이들이 마음을 번거롭게 한다.

  그러나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사람의 눈에는

  천지만물들이 다 거기서 거기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말하자면 깨친 사람의 눈에는 미추(美醜)나 선악(善惡)도 넘어서므로

  특별히 좋아하고 싫어할 것이 따로 없다.




47

정신이 왕성하면 좁은 골방에 누워서도 천지의 큰 기운을 얻을 것이요

입맛이 넉넉하면 쓴 나물 찬밥에도 인생의 담박한 참맛을 알리로다.



* 왕성한 정신력의 소유자는 비록 좁은 공간에 머물지라도

  천지자연의 큰 기운을 얻을 수 있고,

  맛을 제대로 아는 이는 비록 보잘것없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인생의 맑은 진미를 누릴 수 있다.

  천지의 이치를 터득하고 인생의 참맛을 누리는 데는 가난이 장애가 되지 않는다.




48

골방 속에서도 시름만 떨쳐버리면 고대광실 부럽지 않고

몇 잔 술에도 한 가닥 진리만 얻게 되면 거문고에 피리 불며 즐기리라.



* 시름은 욕심에서 오는 것인데 그 욕심을 떨치기만 하면

  옹색한 생활 속에서도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고,

  세상의 이치를 터득하게 되면 몇 잔의 술로도

  달빛 아래 거문고 타고 피리 부는 풍류를 즐기며 살 수 있다.




49

고요한 가운데 한 마디 새소리 더욱 그윽하고

앙상한 숲에 한 송이 꽃이 더욱 고와라.



* 너무 흔하면 소중한 줄을 모른다.

  귀한 것이 기림을 받는다.

  온 세상이 잠들어 있을 때 홀로 깨어있는 사람은

  바로 이와 같이 소중하다.




50

심신(心身)을 다 놓아 버리면 미치광이처럼 되기 쉽고

심신(心身)을 다 거두어들이면 따분하고 막혀 생기가 없다.



* 백낙천(白樂天)은 “몸과 마음을 다 놓아, 되어 가는 대로 맡기는 것이 제일이라” 했고

  조보지(晁補之)는 “몸과 마음을 다 거두어, 정적(靜寂)으로 돌아가는 것이 제일이라” 했다.

  위의 글은 이 두 사람의 생각을 비판한 것이다.

  즉 심신을 자유방임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 쉽고,

  너무 심신을 다잡아 두면 막혀 생기를 잃게 될 염려가 없지 않다.

  그러니 몸과 마음의 고삐를 잡고 있으면서

  경우에 따라 이를 놓기도 하고 거두어들이기도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