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구름 위의 다락마을

[선시] 호박꽃 / 임보

운수재 2006. 10. 27. 06:33

    

 


호박꽃  /  임보


노을처럼 곱고 신비로운 계곡이다

향기와 빛깔에 취해

한나절쯤 빨려 들어가는데

계곡의 끝에 샘이 있다.

아, 꿀의 샘이다

정신없이 먹고 있는데

골짝이 무너질 듯

천둥과 함께 온 산천이 흔들린다

황소보다 큰 왕벌이 날아들고 있다

혼비백산(魂飛魄散)

땅에 엎드려 가만히 주위를 살펴보니

내가 기어들었던 곳은

한 떨기 호박꽃 속이다

도대체 이 꽃의 줄기는

어디로 벋어 있단 말인가.





자연과 시의 이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