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가두리

운수재 2006. 12. 20. 10:31




가두리 /  임보



남해 바다에 가서 가두리를 본다
어족들의 감옥, 아니 목장이다
가축의 우리나 축사처럼
바다 속에 그물로 설치된 어육장
닭에 모이를 주듯
소에 여물을 주듯
치어들에게 사료를 주어 성어로 길러낸다
횟집의 도마 위에서 퍼덕거린
광어 우럭 넙치 볼락 들이
대개가 다 가두리 출신이다
교도소의 높은 담벼락을 볼 때처럼
사람들은 사각형의 가두리 앞에서 쓸쓸해 하지만
갇혀 사는 것을 너무 안타까워할 것도 없다
생각하면
갇혀 살지 않은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가정과 직장과 국가도 가두리
사랑도 우리를 가두지 않던가?
우리가 달라붙어 사는 이 지구도
허공에 떠 있는 완벽한 가두리가 아닌가?





자연과 시의 이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