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재
2007. 1. 23. 09:54
달 / 임보
어떤 때는
열둬 개의 달이 하늘에 떠
밤을 밝히기도 한다
어떤 놈은 초록
어떤 놈은 분홍
어떤 놈은 은빛
그 빛깔과 크기가 다 다르다
귤처럼 작은 놈은 종종걸음으로 달리고
수박처럼 큰 놈은 엉금엉금 걷는다
누군가 돋보기를 들어 열심히 보고 있기에
무얼 보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들고 있던 돋보기를 내 눈 앞에 디민다
메뚜기처럼 생긴 놈들이 손에 손을 잡고
호숫가를 돌며 즐겁게 춤을 추고 있다
진홍색 달나라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