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재 2007. 3. 14. 18:35


서원(書院)  /    임보



지유(只有)라는 서원이 있는데

보통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더벅머리 한 학동이

서원 옆 개울에서 나물을 씻고 있다.

스승의 찬을 마련하려 함인가 보다.

여기에 든지 몇 해나 되느냐고 물으니

두 손을 들어 열 손가락을 펴 보인다.

많이 배웠느냐고 다시 묻자

이제 겨우 나물 씻는 법을 익혔을 뿐이란다.

학동들이 많은가 보다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다섯 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하루에 몇 시간이나 강(講)을 듣느냐는 물음엔

아직 스승의 얼굴도 뵈온 적이 없다는 대답이다.



 





자연과 시의 이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