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시

[채근시] 수신과 성찰 31-35

운수재 2007. 4. 4. 13:02

 

[채근시] 수신과 성찰 31-35 /   임보

 

31

화조(花鳥)도 화창한 봄을 맞으면 꽃과 노래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거늘

선비도 배부른 때를 만나면 말과 일로 세상을 복되게 할 일이다.



* 봄이 되면 꽃과 새들도 그 고운 빛깔과 소리로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거늘 하물며 사람으로 태어나서 세상을 이롭게 하지 못한다면 어찌 부끄럽지 않겠는가. 선비는 마땅히 좋은 언행으로 세상을 복되게 해야 한다.




32

진실한 청렴은 청렴이란 이름조차 없고

큰 재주는 교묘한 재주를 부리지 않는다.



* 참으로 청렴한 사람은 자신이 청렴하다고 내세우지 않는다. 그러니 그의 청렴이 세상에 드러날 일이 없다. 큰 재주는 졸렬한 꾀를 부려 사람의 마음을 뺏으려 하지 않는다. 그것이 길게 가지 못함을 알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지극하면 겸허하고 넓다.




33

명예의 욕망을 뿌리뽑지 못한 자는 비록

재물을 가벼이 여기고 가난을 달게 살지라도

아직 세속의 정에 떨어진 것이다.



* 비록 재물을 가볍게 생각하고 가난을 달게 받아들일지라도, 이름 내고 싶은 욕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면 아직 세속인의 경지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34

마음이 밝으면 어두운 방안에서도 창공을 누리고

생각이 어두우면 밝은 낮에도 악귀에 시달린다.



* 밝은 마음을 지니고 있으면 비록 어두운 방안에 누워 있을지라도 푸른 하늘을 보듯 시원한 기쁨을 누리고, 어두운 생각을 지니고 있으면 비록 밝은 대낮이라도 악귀와 같은 망상에 시달린다.




35

이름과 지위 있음을 즐거워하는 자는

이름과 지위 없음의 참 즐거움을 알 리 없다.

배부르고 따스함을 즐기는 자는

주리고 추운 맛의 즐거움을 알 리 없다.



* 고관대작의 자리에 올라 명성을 누리면서 사는 자를 부러워할 것 없다. 그가 그 자리를 얻으려고 혹은 잃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심초사하겠는가. 그럴 걱정이 없는 무명야인의 삶 속에 참 즐거움이 있다. 호의호식하며 잘 지내는 부자들을 부러워할 것 없다. 그들이 재물을 모으기 위해 또한 모은 재물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전전긍긍할 것인가. 그들은 청빈 속에서 누리는 선비의 맑은 즐거움을 알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