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재 2007. 4. 13. 07:47

 

사(俟)  /   임보

 

산을 좋아하는 어느 시인이 이르기를

사람은 그 처소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사람[人]이 마을[里]이나 골짝[谷]에 머묾을 

리(俚)나 속(俗)이라고 하는데
이는 세상의 천한 맛에 길들어 있음을 뜻한다.
그런데 자리를 옮겨 산에 오르면 신선[仙]이 되고 
가진 것 다 버리면[弗] 부처[佛]가 되기도 한다.
내 아직 시정(市井)을 떠나지 못하고 헛된 욕망에 매어 있으니
글자 하나를 지어 ‘잡놈시(人市 )’라고 부를가 보다.
글자에 사(俟)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의(矣)를 떠나지 못한 자다
矣는 말[語]의 꼬리에 붙어 다니는 의미없는 허사(虛辭)다.
어떤 연유인지는 몰라도 여의도(汝矣島)라는 이름의 섬이 있는데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자들을 일러 俟(사)라고 할만도 하다.
俟는 동물들이 무리지어 가는 모양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