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디기탈리스 / 임보
운수재
2007. 6. 1. 05:07
디기탈리스 / 임보
타지마할,
이 지상에 세워진 가장 아름다운 건물,
한 사내가 한 여인을 위해 바친 최후의 집―
찬란한 무덤, 영혼의 궁전
타지마할이 우리를 사로잡은 것은
매일 2만 명이 22년 동안 쌓아올린
경악의 그 ‘건축물’ 때문이 아니라
황제를 망친 한 여인의 ‘사랑’ 때문이다
아, 사랑이여
생애와
나라와
세계를 전복시키는 광란(狂瀾)이여,
그것이 설령 신이 빚은 생(生)의 아편(阿片)일지라도
너의 강물에 익사(溺死)하고 싶어라
이국의 꽃, 디기탈리스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아직 가보지 못한 한 타지마할이 보인다
아니, 한 왕비가
아직 살아있는 한 수인(囚人)을 위해
맑게 세운….
* 지난해에 '천사의 나팔'을 보내준 옛 친구가 금년엔 '디기 달라스'라는 화초를 보내왔다.
위와 같이 꽃을 피웠는데 그 빛깔이 참 신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