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재 2007. 6. 15. 09:30

 

 

 

소  /    임보

 

어느 날 공자님이 제자들과 더불어 길을 가다가

말뚝에 매달려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 우는 말을 보고

“소로다”라고 한 마디 했다.

따라가던 제자들은 스승이 왜 ‘말’을 가리켜 ‘소’라고 이르는지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해 어리둥절했다.

제자들은 제 각기 나름대로 그 깊은 뜻을 새기느라 속으로만 끙끙댔다.

기지로운 한 제자가 제일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말[午]이 고개를 드니 소[牛]라고 부를 만하다고

글자 풀이로 해석을 했다.

평소 성미가 급해 자주 꾸중을 듣던 한 제자는

‘저 말처럼 서두르지 말고 소처럼 차근차근하라’

는 훈계로 받아들였다.

또 다른 제자는

말은 병정(兵丁)의 것이고 소는 농부(農夫)의 것이니

말은 병화(兵禍), 소는 평화(平和)의 상징이 아닌가. 그러니

‘쓸모 있는 동물은 말이 아니라 소다’

라는 뜻으로 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오묘한 뜻을 헤아릴 수 없었던

멍청한 제자가 한 둬 마장쯤 지나간 뒤에야

참다못해 부끄런 듯 스승께 물었다.

“선생님, 말을 가리켜 소라고 이르신 뜻이 무엇이나이까?”

그러자 공자님 잠시 있다 생각난 듯

“말을 보고 말이라 하지 누가 소라고 한단 말이냐!”

퉁명스럽게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