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장닭설법

남화경 이본 / 임보

운수재 2007. 6. 18. 09:10

 

남화경이본(南華經異本) /  임보

 

장자(莊子)의 『남화경(南華經)』에 황제(黃帝)가 광성자(廣成子)를 찾아 지도(至道)를 묻는 일화가 소개되고 있다.

재위(在位) 19년의 황제가 광성자의 소문을 듣고 공동산(空同山)으로 찾아간다.

그리하여 천지(天地)의 정(精)을 취하고 음양(陰陽)을 조종해서 오곡(五穀), 백성, 군생(群生)을 풍요하게 하는 방법을 묻는다.

그러나 광성자는 황제의 마음이 천박함을 탓하며 상대하려 하지 않는다.

황제는 물러나와 천하를 버리고 외로운 초막(草幕)을 지어 마른 풀잎을 깔고 앉아 석 달을 지낸 뒤 다시 공동산을 찾아간다.

누워 있는 광성자의 머리맡에 무릎으로 걸어 두 번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겸손하게 묻기를

“선생님께서 지도(至道)에 통달하신다니 감히 여쭈옵니다. 몸을 어떻게 가져야 오래 살 수 있나이까?”

그러자 광성자 벌떡 일어나 그 물음이 장히 좋다 칭찬하고 지도(至道)를 일러 준다.

“보지 말고 듣지 말고 정신을 고요히 하고 몸을 자연에 맡겨 두는 것이 그것이다”

 

이능화(李能和) 선생은 『조선도교사(朝鮮道敎史)』에서 ‘공동산(空同山)’을 ‘공동산(??山)’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이 산이 청구(靑丘)에 있음을 밝히고 있다.

내가 가진 『남화경이본』에도 공동산(??山)으로 되어 있는데 내용이 좀 다르다.

황제가 세 번째 찾아와서야 광성자가 비로소 일러 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세 번째의 물음은 다음과 같다.

“선생님, 어떻게 살아야 평안히 사는 것입니까?”

광성자의 대답 또한 다르다.

“보고 싶으면 보고 듣고 싶으면 들으라.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이미 네 몸이 스스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