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읽기
[스크랩] 신 심청가 / 허영숙
운수재
2007. 6. 23. 05:17
新 심청가
허 영 숙
논둑에 기지국처럼 박혀 있는 삽자루 곁에서
아버지 한 개비의 담배에 전원을 켜시네
그 곳에도 서리가 내렸느냐
제 몸을 긁어대는 둘째 놈의 아토피는 괜찮느냐고
걱정의 고랑을 일구는 궁금한 소식들,
담배연기를 타고 아날로그로 전송되고 있네
안주머니에 넣어두고
새참처럼 내 안부 받으시라고 보낸 손 전화기 한 대
비싼 몸값을 이유로 날마다 장롱 속에 모셔져 있네
먼 산꼭대기 송신탑에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안부가 바람을 타고 흐르는 동안
할부금의 횟수보다 더 짧게 닿았던 아버지는
저장순위 1번의 딸에게 늘 부재만 알리네
아버지
가끔은 내 목소리도 받으셔요
* 도시로 시집간 딸이 농촌에서 홀로 농사를 짓고 사는 아버지의 소식이 궁금해서 손전화기를 하나 사 드린 모양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일터에 나갈 때 비싼 전화기를 휴대하지 않고 장롱 속에 넣어 둔다.
그리하여 딸이 전화를 할 때마다 통화를 할 수 없다.
아버지는 일을 하다 잠시 쉬는 동안 담배연기에 마음을 실어 딸에게 보내는 것이다.
그곳에도 서리가 내렸느냐고,
둘째 놈 아토피는 어떠한가고….
부녀지간의 따스한 정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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