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장닭설법

유하혜 / 임보

운수재 2007. 6. 23. 12:20

 

 

유하혜(柳下惠)  /   임보

 

옛날 노(魯)나라의 대부(大夫)에 전금(展禽)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됨이 커서 그가 베푼 덕혜(德惠)는 늘 그의 주변을 떠남이 없었다,

그는 커다란 버드나무 밑에 움막을 치고 살고 있어서 사람들은 그를 또한 ‘유하혜(柳下惠)’라 부르기도 한다.

맹자(孟子)도 그를 일러 「不以三公易其介」(정승의 지위를 가지고 유혹해도 그의 절개를 바꿀 수 없다)라고 했다.

어느 추운 겨울날 그가 여행길에서 여사(旅舍)에 투숙한 적이 있었는데,

길거리의 한 가난한 여인이 그를 따라 들어왔다.

그는 그 여인과 하룻밤 함께 지냈는데 여인의 언 몸을 녹여 주기 위해 아침까지 품에 안고 잤는데도 아무런 난행(亂行)도 없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세상 사람들은 성현이 아니고서야 어찌 그리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나는 지금 이순(耳順)을 눈앞에 둔 나이인데도 거리에 지나가는 여인의 곧은 다리만 봐도 마음이 어지럽다.

내 언제쯤 소인잡배(小人雜輩)들의 무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는지 아득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