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비밀은 아름답다 / 임보
운수재
2007. 7. 25. 12:09
비밀은 아름답다 / 임보
비밀이 없다면
우리들의 생애는 얼마나 쓸쓸할까?
내장이 다 드러나 보이는 물고기처럼
우리의 일상은 얼마나 허탈할까?
보석 같은 비밀들이 있으므로
고된 인생은 문득 영롱하다
다섯 살까지 젖꼭지를 물었다든지
일골 살까지 키를 쓰고 다녔다든지
밤을 새우며 남몰래 쓴 편지며
여름 밤 참외밭을 기던 사건이며
남자들은 새로운 여자 앞에서 늘
당신이 첫 번째라고 고백할 수 있고
바람피운 과부들도 한평생 수절했노라고
세상을 향해 큰 열녀문을 세워도 된다
숨겨둔 사랑이며, 감춰둔 통장이
삭막한 세상을 구원한다
국가를 전복시키려는 음모나
거액의 공금을 횡령한 부정 같은
무겁고 치사스런 것은 잘 모르겠지만
비밀은 언제나 우리를 신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