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도장에 관한 명상 / 임보

운수재 2007. 8. 20. 06:03

 

 

도장에 관한 명상  /   임보

 

 

은행 창구에서 도장을 찍다 문득

도장에 걸린다

 

인장(印章), 낙관(落款), 직인(職印), 관인(官印), 옥새(玉璽), 국새(國璽)…

목인(木印), 석인(石印), 철인(鐵印), 옥인(玉印), 아인(牙印), 무인(拇印)…

검인(檢印), 소인(消印), 봉인(封印), 계인(契印), 낙인(烙印), 압인(壓印)…

 

종류도 참 많고

용도도 참 많다

 

목인이나 옥인이나 행세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옥새나 국새는 아무나 만질 수 없다

 

도장을 잘못 찍어 패가망신하기도 하고

도장을 잘 찍어 한 몫 잘 챙기는 수도 있다

 

사람들의 운명이

한 개의 조그만 도장에 달려 있다

 

처녀와 총각 사이에 도장을 찍었다고 하면

하나가 되었다는 뜻

아내와 남편 사이에 도장을 찍었다고 하면

갈라섰다는 뜻

 

도장도 참 알송달송이다

 

세상에는 눈도장이라 것도 있어서

세도가의 잔치마당이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한다

 

……………………

 

거기 누구 혹시

내 목도장 받고자 하는 이 아무도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