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재 2007. 9. 22. 02:05

 

 

황량(荒凉)/  유공희

 

굳은 비 내리는 들 가운데에

홀로 핀 장미와도 같이

 

그는 아름다웠소

그는 안타까웠소

 

나는 떨어진 꽃잎만 주워왔소

나는 흩어진 향기만 담아왔소

 

굳은 비 내리는 밤이면 밤마다

그는 소리도 없이 찾아왔소

그는 정처도 없이 나를 불러냈소

 

아, 굳은 비 내리는 들 가운데에

가시만 남은 꽃나무

 

비에 젖은 채 나는 다시 돌아오고 말았소

가시에 찔린 채 나는 홀로 돌아오고 말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