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재 2007. 9. 26. 03:10

 

 

 

손 /    유공희

 

 

목표도 없이 공간을 더듬다

힘없이 무릎 위에 놓인 두 손이

그 내 손이 왜 이렇게 슬퍼 보이오?

 

맥박조차 잃은 듯한 낡은 손이언만

아름답지 않게 비칠 한 쌍의 눈동자도 없는 이 밤

왜 이렇게 납덩이 같은 눈물은 흐르오?

 

힘을 주면 주먹이 될 듯도 한 손이려니

씻으면 사라진 듯도 한 슬픔이언만

왜 저 열 손가락은 발발 떨기만 하오?

 

오, 별나라의 마술사― 밤의 정령(精靈)이여

이 밤 내가 가지지 못함은 행복한 잠뿐이오릿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