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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청평사로 가는 길 - 詩 임보(수정)

운수재 2007. 10. 1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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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평 사 로 가 는 길

   시 임 보




  몇 십리쯤 물 위를 걸어서 
  문(門)도 없는 산문(山門)에 이르면 
  아름드리 노송(老松)들이 
  사천왕들처럼 등을 맞대고 서서 
  산에 오르는 자들의 멱살을 잡는다 
  선량한 탕자들은 
  산에 들기도 전에 주저앉아 
  비구니처럼 살이 내린 주모(酒母)가 
  빚은 금빛 밀주와 
  흰 더덕뿌리에 몸을 맡긴다 
  산문에 접어든 자들도 
  더러는 계곡의 물에 홀려 바지를 벗기기도 하고 
  더러는 등나무 넝쿨에 묶여 
  발목을 잡히기도 한다 
  도대체 이 절에 무엇이 있기에 
  산천초목이 다 이리 삼엄한 수비대란 말인가 
  갖은 유혹 다 뿌리치고 
  가까스로 절에 오르는 자는 
  불상 대신 두 그루의 청정한 잣나무를 
  받들고 있는 빈 절을 만난다.
안드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