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재 2008. 1. 20. 09:34

 

 

나무들의 고향

                                                      임보

 

산은 나무들의 세상이다

아무리 가파르고 척박한 산비탈 돌틈에도

나무는 뿌리를 박고 가지를 펼친다

소나무, 굴참나무, 오리, 비자, 진달래

서나무, 단풍나무, 오동, 가래, 물푸레

산은 나무들의 공화국

산은 나무들의 천국이다

 

나무들은 왜 산을 좋아하는가?

나무들은 왜 들판을 싫어하는가?

햇살 환한 강가의 기름진 들판에

산에서처럼 왜 떼를 지어 서 있지 않을까?

인간들이여, 그것이 알고 싶은가?

 

너희의 발굽에 밟히고 채여 물러난 것이다

그들의 애초의 고향은 들판이었는데

간악한 인간들의 손에 꺾이고 뽑혀

이 메마르고 척박한 산으로 쫓겨난 것이다

토박이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침략자 백인들에게 쫓겨 그들의 고향을 잃었듯이

나무들도 그들의 비옥한 고향을 잃었다

 

산은 나무들의 유형지다

천만 나무들이

서로가 서로의 등을 치고 살아가는

서로가 서로의 뿌리를 감고 살아가는

산은 나무들의 지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