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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길 없는 길(임보)

운수재 2008. 7. 16. 13:48

 

 

 

 

길 없는 길 

  

           시 : 임보

          그림 : 김성로



강물 위에 앉았다가

일제히 하늘을 향해 비상해 오르는

수천 마리 철새 떼들의 일사분란

그들은 길 없는 허공 길을 평화롭게 날아

그들의 고향에 이른다


바다 속을 헤엄쳐 가는

수만 마리의 어군들

어떠한 암초와 수초에도 걸리지 않고

수만 리 길 없는 물길을 거슬러

그들의 모천에 닿는다


그러나

이 지상에 수천만의 길을 만들어 놓고도

제 길을 제대로 찾아가지 못해

좌충우돌 피를 흘리며 주저앉는 사람들

그들은 고향도 모천도 못 찾고 허둥댄다


길이 없으면

세상이 다 길인데

길을 만들어

일만의 길을 다 죽인다

 

 

(창작 21 2006 가을)

 
 

 

출처 : 김성로(KIM SUNG RO)
글쓴이 : 솔뫼 김성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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