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겨울, 하늘소의 춤
돌의 마을 / 임보
운수재
2008. 8. 30. 09:00
돌의 마을/ 임보
3월 봄비에
동화사(東和寺) 울타리의 동백꽃들이
울음처럼 젖고 있다
절의 바른편 어깨 위에
천연두처럼 얹힌 묘지들도
따라 울고 있다
그 중엔
조선 남쪽 어느 바닷가에서
대동아 물결에 떠밀려 온
진주 강(晉州 姜)씨의 혼도
돌 속에 갇혀 흐느끼고 있다
전주 이(全州 李)씨도
한양 조(漢陽 趙)씨도
밀양 박(密陽 朴)씨도
경주 김(慶州 金)씨도
돌로 서서 마을을 이루고 있다
바다 건너 서러운 이역의 땅에
끝내 육신을 빼앗긴 영혼들이
아직 떠나지 못하고
붉은 동백으로 피어
타고 있다.
「주」동화사(東和寺) : 일본 기옥현(埼玉縣) 삼향시(三鄕市)에 있는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