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재 2008. 10. 9. 05:29

 

 

 

 

 

등잔/    임보

 

 

 

등잔은 내 가족들이 살던 따스한 동굴이다.

 

그 속엔 동백 기름의 젊은 어머니

지금도 물레를 잣아 무명실을 뽑아 내고,

 

구부정히 앉아 놋쇠 그릇을 닦고 있는 할머니

나를 보고 빙긋이 웃고 있다.

 

할아버지 긴 장죽에선 아직도 담배 타는 매운 냄새……

그리고 저건 뭔가?

 

동짓달 늦은 밤

고모가 내온 동치미 사발인가 보다.

 

등잔은 내 유년의 꿈들이 가득 담긴 작은 항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