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재 2008. 12. 11. 06:56

 

 

 

새 길/                     임보

 

 

 

저 원시의 울울한 숲

진흙 수렁의 갯벌

거기 아직 길이 나지 않았다고

길이 없다 이르지 말라

 

물이 흐르고 흐르면

강이듯이

길이 처음부터

그렇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대의 첫 발자국 따라

한 천 년쯤 밟아 흐르다 보면

강물보다 크고 환한

길이 열릴 수도 있다

 

예지의 밝은 눈을 지닌 자는

인적 없는 산과 들

설원과 사막의 어둠 속에서도

천 년 후의 새 길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