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날아가는 은빛 연못

어떻게들 알았을까

운수재 2008. 12. 18. 10:28

 

 

 

어떻게들 알았을까/         임보

 

 

 

우리들이 새벽 서울을 탈출하는 것을

어떻게들 알았을까?

 

아침 7시쯤 조치원 들판을 지날 때

일찍 깬 미루나무들이 도열해 서서

번쩍 번쩍 손을 흔들어 보였다.

 

우리가 황간쯤 달렸을 때는

날짐승들도 이미 그 소식을 알고

연변의 숲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

축포처럼 하늘을 가르고 솟아 올랐다

 

그리고 정오쯤

드디어 충무의 고갯마루에 오르자

아,

바다가 치마를 풀고 달려오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우리들 우이동 시인 몇이

며칠 무인도로 탈출한다는 것을

어떻게들 미리 알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