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재 2009. 1. 10. 09:51

 

 

이른 봄/                  임보

 

 

얼음이 풀리고 있네

봄이 왔나 보네

 

아내는 양지밭에 의자를 내놓고

늙은 시에미 까치집 머리를 다듬고

 

세 번 떨어진 둘째딸 짱구는

저 몸만큼 큰 책가방 메고

<수석(首席)> 독서실로 떠나네

 

통장이 큰놈 민방위훈련 통지서를

놓고 간 다음

집배원은 결혼청첩장 둬 개

데불고 오네

 

강아지는 마당 귀퉁이 일찍 녹은 땅을

열심히 파고

나는 다락에 누워

늙은 두보(杜甫)의 수척한 시들을

더듬어 읽네

 

봄은 왔는데

아직 봄 같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