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재 2009. 1. 14. 10:07

 

 

 

어느 여름 일기/               임보

 

 

 

절름발이 검둥이가 수캉아지 다섯 마리를 낳고

 

백목련이 푸른 잎들 사이에 시절도 모르고

둬 송이 꽃을 뽑아 올리다 말았다

 

누가 낮술을 하자고 불러내지나 않을가

기다리다

 

왕유(王維)의 시를 둬 편 더듬거리며 읽었다

 

구름은 떼로들 몰려 북한산 골짜기를

부지런히 넘어가고

 

아이들은 종일 시시덕거리며 수영장을

오르내리고 있다

 

금방 터질 것 같은 예감의 세상은

아직 그대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