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재 2009. 1. 16. 09:22

 

 

 

달력/                  임보

 

 

아침에 일어나

묵은 한 달을 잘라낸다

 

떨어진 꽃잎들처럼 시든

지난 한 달의 죽은 날들이

한 장의 종이에 묻혀 사라진다

 

벽엔 다시

다가올 새로운 날들이

풋과일처럼 열려 있다

 

그러나

그날을 살지 않고는 맛볼 수 없는

미지의 어두운 과일들

 

나는 그 첫번째 한 놈의

머리를 쪼개며

칼처럼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