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재 2009. 2. 27. 04:46

 

 

 

진주 노래/                     임보

―律․36

 

 

 

어느 여름 무인도에 홀려 갔더니

그 해변 모랫벌에 죽은 조개들

수만 개 떼를 지어 울고 있었지

생명이 썩어 가는 매운 냄새에

나도 잠 못 들어 별들을 보며

밤을 보채고 함께 울었지

 

다음날 아침 다시 해변에 갔더니

돋은 햇살에 반짝이는 조개껍데기들

하늘의 별들이 내려와 묻히듯

썩은 조개 틈에 살아난 눈부신 보석

천의 알맹이로 일렁이는 영혼

파도에 쏟아진 진주들을 보았지

 

한평생 다 닳도록 영롱을 키워

진주를 앓다가 부서진 조개

보는 이 하나 없는 그 세상에서

무엇하러 조개 떼들 그렇게 했나

저 죽은 해변에 진주를 실어

어디까지 가려고 그렇게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