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재 2009. 7. 14. 11:42

 

 

 

세이천(洗耳泉)/                   임보

 

 

 

우이동 골짜기에

세이천이란 샘이 있는데

시정의 때에 절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온종일 찾아드는데

한강수는 믿을 수가 없어선지

옛날의 어떤 분이

귀나 씻던 물을 얻으러 오는데

국수집 아주머니도

퇴역 우편배달원인듯도 싶은 늙은이도

모두 소처럼 순하디순한 등으로

배낭 가득 약수를 짊고

산을 내려가는데

더러는 그들의 등에 산이 업히어

뒤뚱이면

잠시

오리나무 묵은 가지에 기대

갈아 메는 환속(還俗),

무거운 기침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