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즐거운 소망

운수재 2009. 11. 8. 18:37

 

 

 

 

즐거운 소망

―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출발에 부쳐

 

                                                                                   임 보

 

몇 마지기의 순결한 땅을 갖고 싶다

그리 높지 않은 산자락 끝이거나

개천가의 자갈밭도 괜찮으리

남들이 별로 탐내지 않아 묵혀둔 땅

그러나 햇볕과 바람이 잘 들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곳

그러한 땅을 만나 더운 땀으로 잘 가꾸고 싶다

마을로 통하는 환한 길을 내고

빗물이 잘 흐르도록 배수로도 깊이 파고

쓸모없는 돌멩이들 골라내 축대를 쌓고

기름진 밭을 일구어 곡식이며 채소들을 심으리라

수수며 고추며 오이며 땅콩이며…

동쪽에는 몇 그루의 매화와 자두나무를 심고

남쪽에는 키가 낮은 포도넝쿨을 올리고

서쪽에는 감나무나 대추나무도 좋겠지

철 따라 꽃을 피우고 고운 열매를 매달 과목들을

촘촘히 갖추어 심으리라

그리고 가장 높은 볕바른 좋은 땅을 골라

다지고 다져 황금의 터를 만들리라

 

잘 다져진 그 터에 한 채의 집을 짓고 싶다

단단히 묻은 화강석 주춧돌 위에

흙과 돌, 쇠와 나무의 결들을 잘 맞추어

지상에서 가장 튼튼하고 고운 집을 세우고 싶다

햇볕이 잘 들도록 창문을 크게 달고

맑은 바람이 잘 드나들게 곁문도 내고

새들의 저녁 안식을 위해 처마도 길게 빼고

지나가는 구름과도 친하게 굴뚝도 높이 뽑고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안식이 가득한 집

사랑과 꿈이 넘친 아름다운 집을 짓고 싶다

그 집이 다 되는 어느 화창한 봄날에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당신을 초대하여

그 집의 주인으로 당신을 모시고 싶다

이른 아침엔 그대와 함께 향기로운 차를 마시고

저녁엔 별을 보면서 늦도록 사랑을 속삭이리

훈훈한 흙냄새 속에서 맑은 꿈을 기르며

온 세상이 우러르고 부러워하는

우리들의 행복한 보금자리를 만들고 싶다.

 

                                  ---흙과 둥지(창간호, 20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