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소망
즐거운 소망
―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출발에 부쳐
임 보
몇 마지기의 순결한 땅을 갖고 싶다
그리 높지 않은 산자락 끝이거나
개천가의 자갈밭도 괜찮으리
남들이 별로 탐내지 않아 묵혀둔 땅
그러나 햇볕과 바람이 잘 들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곳
그러한 땅을 만나 더운 땀으로 잘 가꾸고 싶다
마을로 통하는 환한 길을 내고
빗물이 잘 흐르도록 배수로도 깊이 파고
쓸모없는 돌멩이들 골라내 축대를 쌓고
기름진 밭을 일구어 곡식이며 채소들을 심으리라
수수며 고추며 오이며 땅콩이며…
동쪽에는 몇 그루의 매화와 자두나무를 심고
남쪽에는 키가 낮은 포도넝쿨을 올리고
서쪽에는 감나무나 대추나무도 좋겠지
철 따라 꽃을 피우고 고운 열매를 매달 과목들을
촘촘히 갖추어 심으리라
그리고 가장 높은 볕바른 좋은 땅을 골라
다지고 다져 황금의 터를 만들리라
잘 다져진 그 터에 한 채의 집을 짓고 싶다
단단히 묻은 화강석 주춧돌 위에
흙과 돌, 쇠와 나무의 결들을 잘 맞추어
지상에서 가장 튼튼하고 고운 집을 세우고 싶다
햇볕이 잘 들도록 창문을 크게 달고
맑은 바람이 잘 드나들게 곁문도 내고
새들의 저녁 안식을 위해 처마도 길게 빼고
지나가는 구름과도 친하게 굴뚝도 높이 뽑고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안식이 가득한 집
사랑과 꿈이 넘친 아름다운 집을 짓고 싶다
그 집이 다 되는 어느 화창한 봄날에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당신을 초대하여
그 집의 주인으로 당신을 모시고 싶다
이른 아침엔 그대와 함께 향기로운 차를 마시고
저녁엔 별을 보면서 늦도록 사랑을 속삭이리
훈훈한 흙냄새 속에서 맑은 꿈을 기르며
온 세상이 우러르고 부러워하는
우리들의 행복한 보금자리를 만들고 싶다.
---흙과 둥지(창간호, 20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