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눈부신 귀향

짓밟고 올라서라

운수재 2009. 12. 24. 06:49

 

 

 

 

짓밟고 올라서라              임보

 

 

 

내가 마신 한 컵의 음료수

오늘 아침 내가 씹어 삼킨 밥과 반찬

그리고 온종일 땀 흘려 얻은 몇 푼의 급료

이 모든 것들이 내가 투쟁해 얻은 전리품이다

 

한 국회의원의 가슴에 매달린

번쩍이는 금뱃지는

얼마나 많은 정적들을 깔고 뭉갠

정복의 표상인가

 

세상을 움직이는 굴지의 기업체

그 회사의 회장이 앉은 거대한 회전의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빚은

승리의 권좌인가

 

한 나라의 재상과 제왕들은

더 말해서 무엇하리

 

상대를 뭉개지 않고 유명의 자리에 올라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슈바이처도 간디도 텔레사도

석가나 공자 예수 어떠한 성인들도 다

몽매한 백성들의 몸을 딛고 올라선 정복자들이다

 

다만

독재자들이 민중들을 제압했던 무기는 칼과 창이었지만

성인들의 무기는 사랑과 자비라는 이름의 것이었을 뿐

그대도 출세를 원하거든

이웃들의 수많은 등을 짓밟고 올라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