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산방동동
정읍별사
운수재
2010. 1. 13. 08:21
정읍별사(井邑別詞) 임보
--달노래--
1
달을
솟은 달을
碧梧桐 푸른 가지 위에
붙들어 맵니다.
달은
碧梧桐 등불 되어
골목골목
푸른 강물을 쏟습니다.
강물은
그대 계신
어느 다락으로 흘러
술잔이
그대 술잔이
푸른 강물 위에 뜹니다.
술잔은
그대 가슴 속에
벽오동
벽오동
푸른 노래를 담아
그대는
달보다 밝은
푸른 碧梧桐 향기로
밤새워
밤새워
길을 밝힙니다.
2
달을
둥근 달을
툇마루 처마 끝에
높이 답니다.
달은
둥둥 북이 되어
동네 동네
붉은 울음으로 채웁니다.
둥둥
둥둥
멀리
그대 옷자락으로
젖은 울음
그대의
더딘 귀를 여는
붉은 북은
紅疫으로
밤을 태웁니다.
3
달을
타는 달을
三更에 마십니다.
눈을 감고 꿀꺽 마십니다.
밤을 잃은
세상 사람들이
놀라
횃불을 들고
쏟아져 나옵니다.
여릿여릿
어둠으로
그대도 옵니다.
銀粧刀로 옵니다.
나의 배를
그대 銀粧刀에
가만히 댑니다.
달이
풍선처럼
배를 열고
하늘을 오릅니다.
드디어 나는
그대 그림자 되어
땅에
눕습니다.
[주] '진단시'라는 동인지 활동을 할 때 쓴 글입니다. 같은 주제를 걸어놓고 작품을 만들었는데 이 글의 주제는 '정읍사'라는 백제의 옛노래였습니다.
'달하, 높이곰 돋아샤 어기야 멀리곰 비취오시라----' 님을 기다리는 노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