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산방동동
당신에게 6
운수재
2010. 2. 15. 10:35
당신에게 6 임보
목계(木溪)
먼 들녘에 핀 한 가지
옥색 들국화로 그렇게 말씀하시려고
지난 휴일 긴 열차로
내 행장을 그리 서두르게 하신 당신,
북진(北津)
작은 개울 한 모퉁이에
오래 닦아 감춰 두신
연자(蓮子) 청석(靑石) 한 덩이를 내게 심으시려
천리 먼 길을
고달피 걸리시던 당신,
내 아내를 내게 허락하실 때도,
내 자식들을 내게 가꾸이실 때도,
이제껏 고운 가난을 내게
넘치게 하실 때도,
당신의 뜻은
그렇게 멀고도 깊은 것을…
엊저녁
내 불면(不眠)의 시(詩)가 부끄러워
이 아침은
온 세상 가득
당신이 내게 주시지 않음이 없도다.
흐르는 바람,
저 녹색의 윤기 어린 산과 들,
다정한 이웃들,
모두가 다 당신이 그렇게 오래 마련하신
힘겨운 나의 풍요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