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큰 다비

운수재 2010. 5. 28. 06:42

 

 

 

큰 다비

                             임 보

 

 

온 세상이 떠들썩하게

유명한 한 선사가 떠나던 날

 

설악의 한 산골에서도

또 한 선사가 떠나갔다

 

한 선사의 다비식에는

수만 군중들이 운집했고

 

또 한 선사의 마지막 자리엔

불목하니 혼자였다

 

한 선사의 유음은

내 말을 다 치우라

 

또 한 선사의 마지막 말은

어서 가서 쉬어라

 

한 선사는 남긴 게 너무 많아

무거웠고

 

또 한 선사는 남긴 게 하나 없어

가벼웠나 보다

                          

                      (우리시 2010.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