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선 미장원
미선 미장원
임 보
한길 건너에 있는 <미선미장원>은 아내가 수십 년 동안 빠마하러 다니는 단골집이다.
미용사의 이름이 미선인지, 머리를 아름답게 잘 만진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달았는지 잘 모르겠다.
나도 몇 번 주인의 얼굴을 보기는 했지만 여성다운 맛은 별로 없어 보이는 말 같은 인상이었다.
아내가 <미선>을 다니는 것은 편해서라고 말하지만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도 같다.
다른 곳에서 한번 할 돈으로 거기서는 두 번 할 수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딸년은 싼 것이 비지떡이라고 하면서 지가 다니는 곳으로 지 에미를 몇 번 끌고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내는 무엇이 켕기듯 불편한 모양이었다.
시장 나들이를 하면서도 미선 앞을 제대로 지나지 못하고 멀리 돌아서 다니곤 했다.
미선과 마주치면 민망해서 어쩌냐는 것이다.
그렇게 미선을 피해 다니다 결국 아내는 '미선이 제일이야!' 하며 되돌아가고 말았다.
그런 걸 보면 아내가 미선을 못 버린 건 돈만의 문제는 아닌 것도 같다.
내가 보기에 미선은 문제가 적지 않다.
덜 덥힌 물로 주방의 개수대에 머리를 감긴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손님을 두고도 술친구가 불러내면 입주를 한잔씩 하고 들어와 술 냄새를 풍기며 일을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아내의 머리를 말아 놓고 밖으로 나가더니 수 시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아
전화로 수소문한 끝에 취한 사람을 가까스로 불러왔다고 한다.
그날 아내는 다시는 그 집에 안 가겠다고 식구들 앞에서 공언을 했지만…
끝내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그런데 요새 아내에게 고민이 생겼다.
그 '미선'이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디로 가야할지 난감하다고 걱정이다.
세상에 많고 많은 것이 머리방, 헤어샵, 비유티살롱인데
그 낡은 미장원 하나 문을 닫았다고 걱정이란 말인가.
그걸 보면 내 아내는 좀 다른 데가 있어 보인다.
남자 나이 들어 별로 쓸모없어졌다고 내팽개치는
장안의 여느 여인들과는 좀 다를 것도 같다는…
그런 생각을 하며 안도(?)의 숨을 내쉬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