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아내의 잠

운수재 2011. 6. 27. 06:49

 

 

아내의 잠

                                                    임보

 

 

우리 내외의 잠버릇은 서로 다르다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데

아내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나는 팔다리를 펴고 반듯하게 누워 자는데

아내는 몸을 새우처럼 구부리고 옆으로 잔다

 

내 코고는 소리는 요란하다는데

아내의 코는 피리를 연주하는 수준이다

 

나는 포근한 요를 좋아하고

아내는 따끈한 방바닥을 즐긴다

 

새벽쯤 깨어보면

나는 요 위에 누워 있는데

아내는 요 밑에 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의 요는 S자로 구부러져

나와 아내를 갈라놓은 울타리가 된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아니라

별상이몽(別床異夢)인 셈이다

 

그래도 반 백 년 동안 여태

한 방에서 버티고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