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잠롱
운수재
2012. 4. 7. 10:21
잠롱
임보
태국에 잠롱이라는 청백리가 있습니다.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사는 채식주의자,
장성 출신이지만 수도승처럼 검소한 불교도,
작고 마른 체구에 짧게 깎은 머리,
검푸른 농민복을 즐겨 걸치고 다니는
아무 근심 걱정 없이 편안해 보이는 사람
그가 방콕의 시장을 지낼 때의 일입니다.
폐품 창고에서 기거하며
새벽에 일어나 거리의 청소원들과 하루를 시작하고
그의 월급은 매달 자동으로 자선단체에 보내집니다
왜 하루 한 끼만 먹고 사느냐고 사람들이 물으면
나 대신 누군가가 먹을 수 있지 않느냐고 합니다
시청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척결한 잠롱
시민들은 그를 ‘나이사안’(깨끗한 남자)이라고 부릅니다
그런 훌륭한 리더를 가진 태국의 앞날은 밝을 거라고
나는 은근히 부러워했습니다
그런데 세 번째 시장 선거에서 잠롱은 낙선했습니다
그의 청렴도, 자전거 유세도 힘을 잃었습니다.
잠롱이 새로 만든 ‘팔랑탐’(진리의 힘)이란 정당은
총선에서 늘 몇 석을 얻지 못합니다
유능한(?) 정치꾼들이 그 밑에는 잘 모이지 않습니다
그에게선 떨어지는 고물이 없어 그런가 봅니다
정치는 돈과 권모술수로 하는 것인데
그에겐 그것이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