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바람을 몰고가는 소녀

운수재 2012. 5. 31. 09:49

 

 

 

 

 

바람을 몰고 가는 소녀

                                                                  임보

 

 

높다란 둑길을 빨간 자전거 하나 굴러 갑니다

하얀 원피스의 목련꽃이 핸들을 잡았습니다

신명나게 굴러가는 바퀴가 바람을 일으켜

짧은 치맛자락이 펄럭입니다

아니, 목련꽃 치마 밑이 궁금한지

앞에 있던 바람들이 달려와 치마를 자꾸 들춥니다

길가 수양버들 실가지들이 흔들흔들 합니다

개울에 있던 왜가리도 목을 길게 빼고 두리번거립니다

앞산 숲 속 어디선가 뻐꾸기도 조급히 울고

늙은 농부도 빠진 이를 드러낸 채

허수아비처럼 멍하니 논 가운데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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