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선교장

운수재 2012. 10. 11. 13:51

 

 

 

선교장(船橋莊)

                                                     임보

 

 

강릉에 가서

경포호 근처에 자리한 선교장 구경을 했다

 

무경(茂卿) 이내번(李乃蕃, 1703~1781)이란 이가

300여 년 전에 세웠다는 99간의 사대부가다

 

옛날엔 경포호가 앞을 막아 넘실거렸기로

배를 띄워 다리로 건넜다 해서 붙여진 이름 선교장

 

시인묵객들 현판이 처마 밑에 다닥다닥 걸린

연당가의 정자 활내정(活來亭)을 지나 대문에 들어서니

 

외별당, 동별당, 주옥, 서별달, 연지당,

열화당, 중사랑, 자미재 ……집들이 끝이 없다

 

고래등 같은 검은 기와지붕 너머엔

아름드리 붉은 거송들이 용처럼 꿈틀거리며 에워싸고 있다

 

무경은 겨우, 세종대왕의 형인 효령대군의 11세손인데,

왕족의 세도가 얼마나 대단했으면 이런 집을 세웠단 말인가

 

왕조가 망하고, 그가 떠나간 300년 뒤까지

팔도 사람들을 이렇게 끌어 모으고 있으니 참!

 

지배층의 세도로 말한다면

하기사, 오늘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