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가지 마셔요 가면 먹혀요
운수재
2013. 7. 5. 19:06
가지 마셔요 가면 먹혀요
임보
내가 좋아하는 후배를
내가 사랑하는 제자를
얼마 전 그놈에게 빼앗겼습니다
빈둥빈둥 세상을 에돌던 사람들이
코끼리처럼 순한 그와 더불어
몇 개월 떠돌다 보면
코가 꿰인 소처럼 되어 돌아옵니다
돌아온 후배는 승가대학으로
또 제자 녀석은 해인사로 들어갔지요
그리고 무얼 하며 어떻게 지내는지
소식이 묘연합니다
나도 한때 얼마나 그놈을 그리워했는지
갠지스 강변이며
타지마할의 궁전이며
눈과 코가 큰 가무잡잡한 여인들이며
그놈이 누구인지 눈치 채셨나요?
네, 맞습니다. 인도라는 땅입니다
그런데 이제 나는
그놈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나마저 코가 꿰어 돌아오면
세상이 얼마나 휘청거리겠습니까?
가지 마셔요
가면 빠져요
사랑하는 사람아
가지 마셔요
가면 먹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