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스크랩] 하이에나

운수재 2013. 7. 9. 06:53

 

 

하이에나/ 임보

 

 

 

 

사자와 호랑이의 싸움판에

먹을 것이 남아 있나 없나

슬금슬금 기웃거리며 눈치나 보는 하이에나

 

사자의 편을 들다 호랑이에게 할퀴지나 않을까

호랑이 편에 서다 사자에게 밟히지나 않을까

슬금슬금 몸을 도사리고 숨어 있는 하이에나

 

사자와 호랑이들의 판이 끝나고 조용해지면

먹다 버린 들소의 뼈 몇 조각 차지하려고

숨었던 하이에나들 비로소 우르르 몰려나온다

 

그리고 덤벼드는 독수리 놈들과 자리를 다투며

뼈에 붙은 썩은 살점 찾기에 혈안이다

그래서 하이에나를 초원의 청소부라고 부른다

 

스스로 사냥도 못 하고

눈치만 보고 기웃거리기만 하는

세상의 비겁한 하이에나들

 

혹시 우리의 몸속에도

그 하이에나의 피가

흐르고 있는 건 아닌지!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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